만화방아가씨와 어느 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인터넷펌>
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7)
백수: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 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번 주가 이 영화 마지막 상영인거 같다.
그녀가 나와 이 영화를 봐줄 것 같은 느낌은 별루 안들었지만 바로 티켓을 예매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녀석이 안들어온다. 왜 안들어 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백수: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일찍 만화방가서 멋있게 보러가자고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이 녀석이 어디 간걸까..? 그녀석이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백수: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전번에 본 노란추리닝 그 녀석도 있다.
피시에스안테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이빨도 엄청 누른거 같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많은데서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와서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저 백수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거 같은데... 내 생각인가..? 그 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녀석이 날보고 무얼생각할까. 궁금하다. 그 녀석 너무 말이 없다.
추리닝(또한번특별출연):옆에 있는 백수같은게 자꾸 쳐다본다. 아마 피시에스없는 녀석같다. 이 피시에스에 눈독들이는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보여줬다.
백수: 아침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열자 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 것이 무슨 할말이 있는거 같다.
혹시나 싶어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백수: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익.. 그쪽이 준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건지도 몰랐단 말이야.?
"예? 아.. 예"라고만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햐.. 저 녀석이 준거가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수: 그녀가 말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가 있는데요.. 그시기요.. 요번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안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만화방아가씨: 훗 그녀석이 영화를 보러간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갈려고 했던 그 영화다. 그리고나서도 또 한번 더 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거 같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치는거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백수: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봐드릴 수도 있는데요. 같이보러 안가실래요.?"라고 말했다. 나 지금 떨고있냐..
만화방아가씨: ??? 녀석이 지금 상당히 정신상태가 불안하다.
만화방 준용씨가 봐주면 이 영환 저 혼자 보러갈까요..?
백수: 이 여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 실수한걸 눈치채다니.. 아이씨 보러 갈건지 안갈건지 빨리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만화방아가씨: 보러갈까? 말까? 이 녀석 가지고 노는게 재밌다. 어린것이..귀엽기도 하다.
"아직 주말에 무슨 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단골이래도그렇지.. 다큰 처녀가 아무나하고 영화를 보러가요.?"
그 녀석의 얼굴이 불그락 거린다. 아휴 재밌다.
백수: 역시 그녀가 나하고 영화보러가기 싫어하는구나. 짤없이 거절인가부다. 내일부터 쪽팔려서 어떻게 만화방나오나. 괜히 영화보러가자구 그랬나보다. 에그 바보야. 그냥 만화책이나 보며 그녀얼굴이나 쳐다보는건데..흑흑.
만화방아가씨: "준용씨 이 티켓 나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다 싶으면 전화를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준 전화번 맞죠? 그리구 가게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거 아니겠죠?. 전 스테이크를 참 좋아해요.."
백수: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그 뭐시라고요.. 울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야호..
윽 기쁜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쳐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 하하
만화방아가씨: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겠다.
그 녀석 나가고 나서 뻑소리가 났다. 뭔소린가 싶어 나가보았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개자식 쪽팔려주껐다. 그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저기 멀리 날듯이 뛰어가고있다. 귀엽다.
백수: 이틀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 녀석이 취직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걸루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걸 모르시나부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오래했다 싶으면 그 다음날은 꼭 안나오는거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는건...
백수: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 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 음성같지 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인디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 지윤인데요. 저 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 녀목소리같지 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전화한 그 여자목소리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 말은 내일 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 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죽고 싶다.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 녀석이 시큰둥하게 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인기 다 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는데 하지만 특별히 아주단골이라 시간을 내보겠다라고 그럴려 했는데... 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극장 앞에서 보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건 왜일까..?
백수: 그녀가 다시 전화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 들어 한자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앞에서 봐요. 오옴음..(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야...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가잰다. 그 소리가 내 귀에 들어올리 없다. 내일 아침일찍 목욕탕엘 가야지.
내일 입고갈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 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백수의 사랑이야기 2부 (8)
백수: 새벽에 해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하늘아래 그 영롱함은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사람사람이 모두 사랑스럽다.
만화방 아가씨: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 일찍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백수: 목욕탕안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벗겨놓으면 이렇게 다똑같은 사람인걸.. 괜한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질렀나..? 저기 어떤 꼬마가 "아빠 저 아찌 백순가봐.." 그랬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 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꼬마녀석이 오히려 귀얍다.
만화방아가씨: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쪽에서 백수 그녀석이 나왔다. 얼른 근처 전봇대뒤로 숨었다. 다행히 그녀석이 반대방향으로 갔다. 후후 저 녀석 자기가 깨재재하다는 걸 이제사 느꼈나보다. 목욕을 하는데 그 녀석 생각이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걸 보시던 어떤 할머니가 "새댁 남편이 잘해주는가보구려.. 좋을때지.."그런다. 우쒸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 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 밀어 주었다.
백수: 그녀가 극장 앞 영화시작하기 한시간전에 만나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가지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뭐 좀 일찌기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 수야 없지..
만화방아가씨: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싶어 미장원을 갔다. 머리 손질도 좀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기분좋은 토요일.. 여유로움속에 나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백수: 영화관 앞 사람들이 많다. 이 영환 종영이 이번 주인데도 불구하구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 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졸라큰 배 3회입장객들 입장해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는가벼.. 할 수 없이 근처 앉을 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곳에 앉기 좋은 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 있으면 올텐데.. 이거쯤 못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에....생각하니 별루 없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슬 잠이 온다.
만화방아가씨: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좀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 차례가 되어 머리손질을 받고 코팅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이리 안마를까...
점점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 졌다.
집에 와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시작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소리 들을거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백수: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 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 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지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이 바보.. 움~(입내미는 소리)"
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라거파는 놈이면 주겨버릴껴..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보았다
만화방아가씨: 다행히 영화시작 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각에는 한 한시간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 그 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 녀석이 그냥 가버린거 아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그래서 가보았다.
그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채 앉아 피사탑처럼 자구 있다. 쪽이 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녀석이 마니 귀여워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럴려구 했는데. 우쒸 그러며 짜증을 냈다.
아마도 내가 늦은게 짜증이 났나보다.
백수: 그렇게 꿀려고 노력을 해도 나타나주지 않던 지윤씨가 꿈에 나타났는데..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날깨우는겨..? 고개를 들었다. 눈이 확 뜨였다. 지윤씨가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더욱더 화사하고 이쁘다. 근데 그녀가 왜 내 눈앞에 있는거지? 주위도 너무 낯설다.. "지윤씨.. 여기 왠일이에요..?"
만화방아가씨: 여기 왠일이에요? 한시간 늦은걸루 몹시도 심하게 삐졌나부다. 진짜 상당히 속이 좁은 놈이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거니 할 수 없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래야겠다.
백수: 아..맞다. 그녀와 영화보기로 했지. 그것도 잊어버릴정도로 깊이 잠들어었나부다.
지금이 몇시여..? 시계를 봤다. 맙소사 내가 세시간이나 잤단 말여..?
그녀를 보니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날 많이 찾아 헤맨거 같다. 좀 찾기 쉬운데 앉아 있을걸.. 이걸 어쩌나..? 빨리 사과를 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이제는 시계까지 쳐다본다. 니가 도대체 얼마나 늦은건지 알어? 그렇게 묻고 있는거 같다. 저런 녀석한테 잘 보일려고 내가 미장원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한걸까..? 짜증이 날려고 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목젖까지 나오다 말았다. 근데..
저 녀석이 대뜸 조금은 더듬거리면서 여기 졸구 있는 나 찾느라고 많이 헤매지 않았냐며 미안해한다. 그리고 그냥 가버리지 않고 찾아 주어서 고맙다고 까지 한다.
나참... 바보라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
백수: 이거 첫 만남인데.. 왜이러냐 화상아.. 처음부터 이런 백수이미지를 줘버리다니..
싹싹 빌며 사과를 했다. 다행히 그녀가 화가 풀린거 같다.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휴... 그녀가 생각한 것처럼 성격이 가스통인거 같지는 않다. 그냥 가버리지 않고 날 끝까지 찾다니.. 다행히 영화시작 전에 찾았구나. 다시 한번 그녀가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조금 황당하다. 그녀석이 먼저 사과를 하다니... 혹시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싶기도하다. 그 녀석 머쩍해 하는 얼굴을 보니 너무 순진해 보인다. 일부러 그러는거는 아닌듯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석이 왠지 사랑스러워 보였다. 웃음두 나구...
계속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괜찮으니까. 앞으로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구 그랬다. 좀 맘이 찔린다.
백수: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맘씨도 착하구나.. 하하. 그녀가 날 위해 팝콘하구 음료수도 사왔다. 음 너무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뻔히 다음장면이 뭐 나올지 아는 이 영화가 기대되는건 이 녀석이 지금 내 옆에 앉아 있기 때문일까..?
녀석이 팝콘을 혼자서만 먹고 있다. 광고보면서 저렇게 껄껄거리다니.. 결국 영화예고편도 시작하기 전에 그 많은 팝콘 다 먹어치웠다. 분위기 없는 놈... 영화같은데 보면 팝콘 먹다가 손이 겹치는 애틋한 장면도 연출되는데.. 먹어보라 소리도 한마디 안했다. 독한 놈. 이럴 줄 알았으면 두개를 사는건데 그랬다.
백수: 그녀가 지금 내 옆에 앉아있다. 뭔 말을 하고 싶은데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팝콘만 주섬주섬 주워먹었다. 이거 디게 맛없네.. 이런걸 이천원이나 바다쳐먹는단 말여..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웃는다. 머쩍어서 따라 웃었다.
만화방아가씨: 이다음 장면이 찡한 장면인데 그 녀석 표정은 과연 어떨까..?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하하. 사내자식이 징징짤려고 한다. 씩 그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이런 장면에서 내가 웃으니까 이상하다는듯 갸우뚱거린다. 좀 머쓱하구먼..
백수: 너무 찡하다. 눈물이 날려고한다. 흠흑.. 그녀도 지금 눈물이 나려할까..? 한번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쿡쿡거리다가 흠찟 놀라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징징거린게 저 찡한 장면을 완전히 압도해 웃겼나보다. 쪽팔려라.. 사내는 우는게 아닌가 보다.
만화방아가씨: 이 녀석 그때도 느꼈지만 여린면이 많은거 같다. 내가 눈시울지었던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징징거릴려고 했다. 나올 때 손수건을 말없이 건냈다. 근데 눈물 닦으라고 준건데.. 이 녀석이 자기뒷주머니에다 넣어버린다. 체면에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비싼건데.. 하지만 별로 아깝지는 않다.
백수: 그녀가 이쁜 손수건을 나에게 주었다. 무슨 의미일까..? 비싸보인다. 고히 간직하겠다고 속으로 말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에 더 좋은걸루 사다가 선물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영화가 끝났다. 그녀석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잰다. 돈도 없는게.. 영화가 생각보다 길었다. 시간도 10시가 거의 다되어 간다. 이 시간에 무슨 스테이크하는데가 있다고... 근처에 그럴싸한 찻집이 있다. 다음에 스테이크 사라고 그러고 정 아쉽다면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백수: 그녀 스테이크 사줄려고 아버지가 숨겨논 10만원 꽁친거 그냥 갖다넣어두게 생겼다. 차나 한잔 하자구 그랬다. 흠. 그것두 좋지. 영화끝나자마자 집에 간다고 그럴까봐 가슴 졸였는데..
조용한 찻집에서 그녀와의 대화. 드디어 그녀와 나와의 공유된 기억을 갖게 되는건가..
만화방아가씨: 찻집안에서 별말 없이 너그러운 시간이 간다. 무슨말을 할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분위기는 좋은데 아직 그 녀석과 나는 어색한가보다. 만화방 올 때 잘해줄걸 그랬나..?
백수: 뭔 말을 해야하나.? 하지만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도 너무 기분이 좋다. 주위에 연인들이 하나도 안부러운건 그녀가 내 앞에 있기 때문이지. 조명등 하나하나가 그녀를 위해 나리는 별빛같다. 자꾸 가슴이 떨려오는 것도. 내 앞에 그녀가 날 위해 앉아있기 때문이지. 잔잔히 흐르는 음악 한음 한음이 그녀를 위해 떨리는 내 마음조각같다.
만화방아가씨: 저 녀석이 왠지 분위기를 잡는거 같다. ...
그 녀석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은걸 알고 있을까..? 그래서 혹시 연상의 여인 좋아해본적 있냐고 물어보았다.
백수: 왠 흥을 깨는 소리.. 난 연상에 대해서는 이성의 감정이 전혀 안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어릴쩍에는 옆집 누나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시련이 너무 컸다. 그 뒤부터는 하루만 연상인 여자도 이상하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뭐야 이 녀석 기껏 만나줬더니 연상은 안된다고...?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일부터 만화방에 안나오게 되는건 아닐까?
백을 뒤져 다이어리를 집어 테이블 위에다 놓았다.
백수: 다이어리를 꺼내 놓는다. 무슨 의밀까..? 저속에 그녀의 일상이 기억되어 담겨 있을까? 보구 싶다. 좀 봐도 돼냐고 물어볼까..? .....
만화방아가씨: 다이어리보고 침은 왜 삼키냐..? 보여달라면 보여주께..
... 반응이 없다. 그래서 다이어리 안에 면허증 끼워놓은 곳을 펼치며. 사진이 맘에 안드네.. 그 녀석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백수: 앗 그녀사진이다. 기회다. 면허증 최근에 땄냐고 물어봤다. 나는 딴지 오래되었다며
어떻게 바꼈는지 한번 봐도 돼냐고 물어보았다.
만화방아가씨: 역시 이 녀석은 내 의도데로 잘 따라온다 말이야.. 보여줄 목적으로 펼친건데...
" 싫어요.."
백수: 하기야 내가 무슨 애인이냐? 근데 싫다면서 면허증을 뽑아서 주는건 무슨 의밀까..?
일종보통..! 사진 잘나왔네 뭐.. 이쁘기만 하다. 한참동안 그녀의 사진만 뚫어지게 보았다.
만화방아가씨: 이 녀석 반응이 신통찮다. 뭔가 기대되지 않는 말이 나올꺼 같다.
백수: 주민등로번호가 칠이공.... 뭐야 진짜 한살차이잖어..?
그래서 칠십이년생이면 27살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만화방아가씨: 그거 눈치 채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냐..? 실망한 눈빛이다.
만으로는 25살이에요... 참 생일이 지났으니까. 지금은 26살이네요..히히
아마 제가 연상인거 같죠..?
백수: 연상..? 아까 그래서 연상 뭐라 그랬나..? 그게 무슨 상관이냐 그녀는 단지 그녀일뿐이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음 멋있는 말같군..
한살차이라... 한살차이면 좋지....울아부지하구 울엄마두 한살 차인디..
미소가 스민다. 내가 안말하고 가만히 있자. 그녀가 나한테도 면허증있냐고 물어봤다.
참내 그린카드다.
지갑을 뒤져 보여주었다. 한 오년전 사진이라 제법 헨섬한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2종보통.. 93년 모월모일.. 쿠 오년전이랑 변한게 하나도 없네..
칠일일이공일... 어머. 진짜 나보다 한살이 많네...
저 녀석 내가 생각하는거 보다 상당히 내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거 같다..
백수: 잠자리에 들었다. 과연 오늘 잠이 올까..?
지윤씨를 만화방에 데려다 주었을 때.. 힘내세요 준용씨라고 내게 말해 줬다. 가슴이 찡했다.
오늘 영화에 나온 여주인공보다 훨 이쁘다. 우리 지윤씨가
..잘 자요 지윤씨 낼봐요,~
만화방아가씨: 그녀석이 나보다 한살많다.
완전한 백순 줄 알았는데 .. 보이는 것처럼 시간만 죽이는 녀석은 아닌가보다. 고민이 많았다.
흠.. 지금 그 녀석을 생각하며 일기를 적구 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그가 만화방으로 달려오겠지..
9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